물고기와 자라가 놓은 다리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주몽은, 부여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젊은이로 자랐다. 그를 시기한 금와왕의 왕자들이 목숨을 노리자, 주몽은 어머니의 말을 따라 세 벗과 함께 부여를 떠났다.
등장인물
활의 명수
부여에 남았다
대대로 왕이었다
맞은 아내
주몽의 아들
물고기와 자라가 놓은 다리
『삼국사기』와 광개토대왕릉비에 전하는 고구려 건국 이야기
부여의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주몽의 뒤를 쫓았다.
큰일을 이루어라.
건널 다리가 없습니다!
하백의 외손자다!
어찌하랴!
그러자 강물 속에서 물고기와 자라들이 줄지어 떠올라, 다리를 놓았다.
주몽 일행이 다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들은 흩어져 물속으로 사라졌다.
없어졌다!
뒤쫓아 온 군사들은 강가에서 발을 구를 뿐, 끝내 강을 건너지 못했다.
「동명왕편」에 따르면, 강을 건넌 주몽은 큰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비둘기 한 쌍을 만났다. 비둘기는 보리씨를 품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보리씨를 보내셨구나.
며칠 뒤 모둔곡에서, 초라한 차림의 세 사람이 주몽 앞에 나타났다.
어진 세 사람을 만났구나.
것이로다!
주몽은 세 사람에게 극씨·중실씨·소실씨라는 성을 내리고, 저마다 재주에 맞는 일을 맡겼다.
세 사람과 함께, 다시 남쪽으로.
기원전 37년.
주몽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다.
일행은 마침내 졸본천에 이르렀다.
산과 강은 험하구나.
도읍을 정하자!
궁궐을 지을 겨를도 없이, 주몽은 비류수 가에 초막을 짓고 살았다.
‘고구려’라 하겠다!
고씨로 삼는다!
소문을 듣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말이로구나!
이웃한 말갈이 넘보자, 주몽은 그들을 물리쳤다.
어느 날 주몽은 비류수에 채소 잎이 떠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살고 있구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비류국이 나타났다. 비류국의 왕 송양이 나와 주몽을 맞았다.
대대로 왕이었소.
그대가 내 밑으로 들어오시오.
사람이 아니오!
말다툼 끝에, 두 왕은 활 솜씨를 겨루기로 했다.
송양의 화살은 백 걸음 안에 세운 그림 사슴의 배꼽을 맞히지 못했다.
주몽은 백 걸음 밖에 옥가락지를 매달게 하고, 단 한 발로 그것을 깨뜨렸다.
옥가락지를…!
이듬해 여름, 송양은 나라를 들어 항복했다.
옛 땅을 되찾았다는 뜻이오.
주몽은 송양에게 그 땅을 그대로 다스리게 했다.
이듬해 봄 골령에 누런 용이, 가을엔 상서로운 구름이 나타났다고 한다.
기원전 34년 가을, 마침내 성곽과 궁궐이 세워졌다.
주몽이 다스린 열아홉 해 동안, 고구려는 산과 골짜기를 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부여에 남은 주몽의 어머니 유화가, 동부여에서 세상을 떠났다.
편히 가시오.
금와왕은 유화를 왕의 어머니처럼 예를 갖춰 장사 지내고, 사당까지 세워 주었다.
큰일을 이루어라.
어머니의 씨앗이 누렇게 익은 들판에서, 왕은 오래도록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해 10월, 주몽은 부여에 사신을 보내 귀한 물건을 바치며 그 은혜에 감사했다.
어머니를 지켜 준 은혜는
갚아야 한다.
그 무렵, 동부여.
아버지 얼굴을 모른 채 자라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유리.
유리는 길에서 참새를 쏘며 놀곤 했다.
이렇게 버릇이 없구나!
유리는 진흙을 빚어 다시 쏘아, 그 구멍을 감쪽같이 막았다고 한다.
누구고, 어디 계세요?
남쪽으로 가서 나라를 열고
왕이 되셨지.
부여를 떠나던 밤, 주몽은 아이를 가진 아내에게 일렀다. 아들을 낳거든 꼭 전하라고.
물건을 숨겨 두었소.
유리는 일곱 모가 난 돌과 소나무를 찾아, 날마다 산과 골짜기를 헤맸다.
이렇게 많은데…
그러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지쳐 돌아온 어느 날, 마루에 앉아 있던 유리의 귀에 기둥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일곱?
소나무 기둥!
남기신 칼.
기둥 밑을 파 보니, 부러진 칼 한 조각이 나왔다.
유리는 옥지·구추·도조 세 벗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졸본으로 떠났다.
품속에는 부러진 칼 조각 하나.
졸본에 이른 유리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칼 조각을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어디서 얻었느냐?
소나무 기둥 밑에서 찾았습니다.
왕이 품에서 칼 조각을 꺼냈다. 두 조각을 맞대자, 한 자루의 칼이 되었다.
내 아들이로구나.
그해 4월,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한 날은 길지 않았다.
그해 9월, 주몽은
마흔 살로 세상을 떠났다.
광개토대왕릉비는 전한다. 하늘이 누런 용을 보내자, 왕이 용의 머리를 딛고 하늘로 올랐다고.
도리로써 나라를 다스려라.
사람들은 그를 ‘동명성왕’이라 불렀다.
「동명왕편」에 따르면, 유리는 아버지가 남긴 옥 채찍을 용산에 묻었다.
내 아들이로구나.
다섯 달.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한 날은
그것뿐이었다.
다섯 달 전,
유리가 태자가 되던 날 밤.
성벽 위의 두 형제.
유리의 것이로구나.
졸본에서 자란 두 왕자, 비류와 온조였다.
그날 밤, 두 형제는 어머니 소서노를 찾아갔다.
그들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나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