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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남쪽으로 간 두 형제
제9화

남쪽으로 간 두 형제

백제의 건국 · 기원전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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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함께 보면 더 생생해요.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지난 이야기

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졸본에서 소서노를 아내로 맞고,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얻었다. 그런데 부여에 두고 온 또 다른 아들 유리가, 아버지가 숨겨 둔 부러진 칼 조각을 찾아내 졸본으로 길을 떠났다.

등장인물

온조아우.
이 이야기의 주인공
비류형.
바다를 꿈꾼다
소서노두 형제의 어머니
주몽고구려를 세운 왕
유리부여에서 온
주몽의 아들

부여에서 한 젊은이가 찾아와,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몽고구려를 세운 왕비류형온조아우
유리아버님이 남기신 칼 조각을 가져왔습니다.

왕이 품에서 꺼낸 조각과 맞대자, 부러진 칼이 꼭 들어맞았다.

주몽내 아들이다! 오늘부터 유리를 태자로 삼는다!
비류…태자라고?
온조형…

태자는 왕의 뒤를 이을 사람. 이제 이 나라는 부여에서 온 이복형 유리의 것이 된다.

소서노두 형제의 어머니
비류어머니가 재산을 다 바쳐 함께 세운 나라예요!
비류그런데 이제 유리에게 다 넘어간다니요!

열여덟 해 전 졸본. 연타발의 딸 소서노는, 주몽이 나라를 세울 때 집안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비류여기서 혹처럼 사느니, 어머니를 모시고 남쪽으로 가요!
소서노나라는 한 번 세워 봤다.
두 번이라고 못 세우겠느냐.
온조…잘 있거라, 졸본.

소서노와 두 아들은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오간·마려를 비롯한 열 명의 신하와 많은 백성이 그 뒤를 따랐다.

비류서둘러라! 물살이 거세진다!
온조잡았다!
손 놓지 마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마침내 큰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랐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 부아악(지금의 북한산). 형제는 꼭대기에 올라 도읍할 땅을 살폈다.

비류저기 봐라, 바다다!
바닷가에 나라를 세우자!
신하 오간아니 되옵니다!
저 강 남쪽을 보십시오.
北북쪽東동쪽南남쪽西서쪽
북쪽은 한강이 띠처럼 두르고,
동쪽은 높은 산에 기대며,
남쪽은 기름진 들을 바라보고,
서쪽은 큰 바다가 막아 줍니다.

열 신하가 입을 모아 아뢰었다.

하늘이 내린 요새입니다. 이곳에 도읍하소서!

비류싫다! 나는 바다로 간다. 따를 자는 나를 따르라!
온조형님… 저는 이 강가에 남겠습니다.

형제는 백성을 나누었다. 형은 바닷가 미추홀로, 아우는 강 남쪽 땅으로.

비류아우야, 잘 있거라!
온조형님, 부디 몸 성히…

두 형제의 길은, 그렇게 갈라졌다.

온조는 한강 남쪽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다.

온조열 신하가 나를 도왔으니, 나라 이름을 ‘십제’라 하겠다!

아버지 주몽은 지난해 가을, 졸본에서 세상을 떠났다. 온조는 위례에 아버지 동명왕의 사당을 세웠다.

온조아버지… 저희도 나라를 세웠습니다.

한편, 형 비류가 자리 잡은 바닷가 미추홀.

퉤! 짜요!
비류…다른 우물을 파라.

바닷물이 스며드는 땅은 늘 질척했고, 우물물은 짰다.

비류밭에 또 물이 찼구나…

사람이 편히 살 수 없는 땅이었다.

비류가지 마라… 가지 마!
이 땅에선
살 수가 없습니다…

얼마 뒤, 비류는 아우가 다스리는 위례를 찾아갔다.

비류도읍은 굳건하고… 백성들은 편안하구나.
온조형님!
비류…잘 해냈구나, 아우야. 나는… 부끄럽다.
온조형님, 부디 몸 성히…

형은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비류저기 봐라, 바다다!

형을 따르던 신하와 백성이 모두 위례로 왔다.

온조어서 오너라. 이제 모두 한 나라 백성이다.

열 신하의 ‘십제(十濟)’에서, 백성의 ‘백제(百濟)’로.

百濟
온조백성이 기꺼이 따라왔으니, 나라 이름을 ‘백제’라 하겠다!

세월이 흘러, 온조가 왕이 된 지 열세 해째 되는 봄.

소서노잘했다… 두 번째 나라도 세웠구나.
온조어머니…

어머니 소서노는 예순한 살로 눈을 감았다.

한강 남쪽에는 백제보다 먼저 자리 잡은 나라들의 무리, 마한이 있었다.

온조가 남쪽 경계 웅천에 목책을 세우자,

마한의 사신이 달려왔다.

마한 사신우리 왕께서 그대에게 땅 백 리를 내주셨거늘!
이제 목책을 세워 우리 땅을 넘보다니, 이것이 의리요?
온조…그 말이 옳다. 목책을 허물어라.
비류아우야, 잘 있거라!
온조형님… 이 강물은 오늘도 형님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강물은 오늘도, 그 바다로 흐른다.

서기 28년 봄, 온조왕이 세상을 떠났다.

한강 가의 작은 나라는
그 뒤로 600년 넘게 이어졌다.

제9화 끝

역사 노트

이야기 속 장면은 이런 기록과 유적을 바탕으로 그렸어요.

  1. 기록이 여러 가지예요

    『삼국사기』 본문에서는 온조가 백제를 세웠고, 어머니는 졸본 왕의 둘째 딸이에요. 함께 실린 다른 이야기에서는 어머니가 소서노, 친아버지가 우태예요. 주몽이 세상을 떠나고 유리가 왕이 되자, 형 비류가 어머니를 모시고 남쪽으로 가 나라를 열어요. 소서노가 재산을 기울여 고구려 건국을 도왔다는 것, 비류의 ‘혹’ 같은 신세라는 말도 이쪽 이야기예요. 중국 역사책을 따른 ‘구태’ 시조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김부식은 어느 쪽이 옳은지 알 수 없다고 적었어요. 이 화는 앞의 두 이야기를 엮어 그렸어요.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2. 열 신하, 십제에서 백제로

    오간·마려 등 열 신하가 날개처럼 도왔고, 처음 나라 이름은 십제(十濟)였어요. 뒤에 백성이 즐거이 따랐다 하여 백제(百濟)로 고쳤대요. 왕실은 고구려처럼 부여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부여’로 삼았어요.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3. 부아악과 미추홀은 지금의 어디?

    형제가 오른 부아악은 지금의 북한산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요. 인수봉 바위가 아기를 업은 모습 같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해요. 비류가 간 미추홀은 지금의 인천이에요. 2018년, 인천 남구는 이 옛 이름을 따서 ‘미추홀구’가 되었어요.

  4. 서울 풍납동 토성 — 아파트 사이로 남은 백제의 성벽풍납토성 · 서울 송파구

    위례성은 어디였을까

    서울 송파구의 풍납토성은 1997년 아파트 공사장에서 백제 유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목받았어요. 원래 둘레가 3.5킬로미터가 넘었을 것으로 보여 한성 백제의 왕성으로 꼽혀요. 다만 『삼국사기』에는 나라를 세우고 십여 년 뒤 ‘한강 남쪽으로’ 도읍을 옮겼다는 대목도 있어서, 첫 위례성이 어디였는지는 지금도 의견이 갈려요.

  5. 한성백제박물관에 재현한 풍납토성 성벽 단면풍납토성 성벽 단면 · 한성백제박물관

    흙을 다져 쌓은 성벽

    풍납토성 성벽은 흙을 붓고 다지기를 거듭해 한 켜씩 쌓아 올렸어요. 나무 틀 안에 흙을 넣고 다지는 이런 방법을 판축이라고 해요. 다 쌓은 성벽은 너비가 40미터를 넘고 높이가 11미터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큰 성벽은 한꺼번에 쌓은 게 아니라 여러 번 덧쌓아 키운 거예요. 쌓기 시작한 때는 3세기 무렵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더 이르게 보는 학자도 있어요.

  6. 서울 석촌동 고분군 3호분석촌동 고분군 3호분

    고구려를 닮은 무덤

    서울 석촌동에는 돌을 계단처럼 쌓은 큰 무덤들이 있어요. 고구려의 계단식 돌무지무덤과 꼭 닮아서, 백제 왕실이 고구려와 같은 뿌리라는 기록과 잘 맞아요. 가장 큰 3호분은 한 변이 50미터쯤 되는 4세기 무렵의 무덤이에요.

  7. 기록과 실제 사이

    『삼국사기』는 목책을 허문 지 두 해 뒤, 온조가 사냥을 핑계로 군사를 내어 마한을 아울렀다고 적었어요. 하지만 3세기 중국 역사책 『삼국지』에는 마한의 50여 나라 가운데 하나로 ‘백제국(伯濟國)’이 보여요. 그래서 학자들은 흔히 백제가 마한 땅을 거의 다 차지한 때를 4세기 중엽 근초고왕 무렵으로 봐요.

    『삼국사기』 · 『삼국지』 위서 동이전

이번 화의 열쇠말

다음 화

제10화 · 알에서 나온 임금들

한반도 동남쪽, 진한 땅의 여섯 마을. 우물가 숲에서 흰 말이 울던 날, 커다란 알 하나가 발견된다. 박·석·김, 세 성씨 임금들의 이야기.

사진 출처

이 웹툰의 삽화는 모두 새로 그린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사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대와 해석은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을 따랐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습니다.